“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블랙박스 홀대하다가 보복 당해
메모리카드 챙겨주면 먹통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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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해(가명) 씨는 지난해 여름 블랙박스가 장착된 중고차를 첫 차로 샀다. 딜러는 블랙박스를 장착한 지 2년 정도 됐다며 1~2년 정도는 메모리카드만 잘 관리하면 쓸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구입 때 작동여부만 확인한 이후에는 블랙박스를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던 황씨는 골목에 세워뒀던 차의 도어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것을 발견하고 뺑소니 차량을 찾기 위해 영상을 찾아봤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이 없었다. 메모리카드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화가 난 황씨는 블랙박스 업체에 전화해 불량 제품을 팔았다고 항의했지만 보증기간 1년이 이미 끝나서 책임이 없다는 반박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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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처음 인연을 맺을 때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처럼 지극정성이다가 일단 내 것이 된 뒤에는 꿔다 둔 보릿자루마냥 홀대할 때 이 말이 나옵니다.
연인, 친구, 동료 중에서 해주는 것도 없이 바라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죠.
‘잡은 물고기’ 취급에 상처받은 상대방이 떠나면 그 때서야 후회하거나 오히려 배신을 당했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사람뿐 아니라 차량용 블랙박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홀대 당하면 복수합니다.
블랙박스는 ‘안심·안전’ 필수품

블랙박스는 주행 상황을 자동 녹화하고 속도, 주행거리, 브레이크 작동 상태 등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주행영상기록 장치입니다.
뺑소니 사고 차량을 찾아내고 접촉사고 때 잘잘못을 가려주면서 보상에 중요한 과실비율 결정에도 도움을 줍니다.
때로는 불륜도 잡고 범죄도 해결해줍니다. 블랙박스 저장 내용으로 억울하거나 황당한 사건을 알려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훼손시키고 일상생활을 감시하는 용도로 악용되기도 하지만 ‘내 차 안 변호사’, ‘도로 위 준법 감시자’로 대접받습니다.
블랙박스는 부작용이 있지만 순기능이 더 많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이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이유도 가해자 구별, 사고 예방 등 순기능을 인정했기 때문이죠.

요즘 출시되는 블랙박스는 신차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도 채택하는 등 첨단 안전용품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운전 중 졸음운전이나 부주의로 차량이 차선을 벗어날 경우 경고음으로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는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정차 중 앞차의 출발 상황을 알려주는 전방 차량 출발 알람(FVSA) 기능 등을 갖춘 블랙박스도 나왔죠.
어두운 환경에서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고 녹화해주는 나이트 비전 기술, 페달 오조작이나 급발진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도 등장했습니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자동차 회사들도 블랙박스 기능을 갖춘 내장형 주행 영상기록장치(DVRS·Drive Video Record System)를 신차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기아 K5 등에 장착된 빌트인캠이 대표적이죠.
운전자들도 블랙박스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깁니다. 사고가 났을 때 잘잘못을 가려주고, 발뺌하는 가해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사고·사건 발생 때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고 여깁니다.
다만, 제품 불량이나 소비자 관리 소홀로 제 기능을 못하는 블랙박스가 많습니다. 블랙박스를 철통같이 믿었다가 제대로 녹화되지 않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해주는 것 없이 믿었다가 보복당한다

블랙박스 먹통 원인은 녹화 불량, 전원 불량, 배터리 방전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전원 불량이나 배터리 방전보다는 메모리카드 문제로 발생하는 먹통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운전자 대부분은 TV나 카메라처럼 블랙박스를 한 번 장착하면 차를 바꾸거나 폐차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보증 기간은 1~2년, 메모리카드 보증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합니다.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없이 ‘폼’만 잡는 액세서리일 뿐이죠.
실제로 보증 기간이나 관리법을 모른 채 블랙박스를 방치하다 낭패를 당하는 운전자들이 많습니다.
팔기에 급급한 블랙박스 업체가 보증 기간이나 관리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먹통 피해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메모리카드는 소모품입니다. 수명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횟수에 달렸습니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명은 짧아집니다. 블랙박스는 카메라가 작동하면서 영상 기록을 메모리카드에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메모리카드 저장 용량이 영상 정보로 꽉 차면 오래된 기록부터 지우면서 새로운 영상 정보를 덧씌웁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카드 수명이 짧아지죠.
메모리카드는 일반 디지털카메라나 노트북에서 사용할 때보다 블랙박스에 장착할 때 더 빨리 더 많이 고장납니다.
디지털카메라나 노트북과 달리 블랙박스는 작동 시간이 길고 덩달아 메모리카드가 데이터를 읽고 쓰는 횟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디지털카메라에서는 3년 이상 쓸 수 있는 메모리카드도 블랙박스에선 1년을 넘기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먹통 피해를 막으려면 주기적으로 분리해 저장 상태를 확인한 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포맷하는 게 좋습니다.
1년마다 교체해주면 먹통 피해를 좀 더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많이 쓰는 32~64기가 제품은 5000~1만원 정도입니다. 변호사를 이 가격에 고용한 셈입니다.
메모리카드를 꺼낼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블랙박스가 동작할 때 분리하지 말아야 하죠. 저장된 영상이 손상되거나 블랙박스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장착할 때에는 본체나 설명서에 나온 메모리카드 삽입 방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메모리카드를 잘못된 방향으로 넣으면 고장날 수 있습니다.
운전하기 전 잠깐 시간을 내 블랙박스 녹화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부착 상태는 괜찮은 지 살펴보면 먹통으로 분통이 터질 일도 줄어듭니다.
먹통 피해를 막아주는 블랙박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메모리카드 자동 복구와 자체 포맷 기능을 갖춘 제품은 귀차니스트에게 유용합니다.
“불륜도 뺑소니도 잡아준다더니”…車블랙박스의 배신, 속사정은 [세상만車] - 매일경제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블랙박스 홀대하다가 보복 당해 메모리카드 챙겨주면 먹통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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