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49% “배우자가 날 돌봐줄 것”
女 48% “요양보호사가 날 돌볼 것”
나이가 들어 몸이 아파서 돌봄이 필요할 때 남성은 자신을 돌봐줄 사람으로 아내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여성은 요양보호사를 1순위로 생각하고 남편은 후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40세 이상 국민 2명 중 1명은 집에서 임종을 희망했다.
21일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40세 이상 남성 484명, 여성 516명 등 1000명을 상대로 지난달 25∼30일 진행한 ‘지역사회 돌봄 인식과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자신을 돌봐줄 사람으로는 남녀의 답변이 엇갈렸다. ‘배우자가 돌봐줄 것’이라는 응답이 남성은 49%인 데 비해 여성은 22%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은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48%), 본인 스스로(23%)라고 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남성은 배우자에 이어 요양보호사(30%), 본인 스스로(19%) 등을 꼽았다.
‘선호하는 임종 장소’를 묻는 말에 응답자 48%는 자택을 선택했다. 뒤이어 종합병원(31%), 요양병원(12%), 요양원 등 요양시설(7%)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 임종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로는 종합병원(29%)이 가장 많아 임종 희망 장소와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택에서 실제로 임종을 맞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21%였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역할 구분 때문에 남성은 여성보다 살림살이에 서투른 경우가 많다”며 “노년기에 남성도 자신과 배우자를 돌볼 수 있도록 빨래, 청소, 요리 등 돌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늙고 병들면 누가 돌봐줄까… 男 “아내” 49%, 女 “요양보호사” 48%
40세 이상 국민 ‘돌봄인식’ 조사
10명중 4명 “요양보호사” 꼽아
“자녀가 돌봐줄 것” 4% 그쳐
93% “연명의료 중단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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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프면 남편이 돌봐줄까요? 글쎄요.”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모 씨(43)는 나중에 자신이 나이가 들고 아프면 돌봐줄 사람으로 요양보호사와 이 씨 자신을 꼽았다. 그는 “10세 아들이 독감에 걸려서 돌보고 있는데 퇴근하고 온 남편이 ‘저녁 안 차려주냐’고 묻더라”며 “집안일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나중에 나를 돌봐주겠냐”고 반문했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자신을 돌봐줄 사람으로 배우자를 꼽은 40대 이상 여성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남성 절반가량이 배우자를 꼽은 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 남성 절반 “배우자가 돌봐줄 것”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4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돌봄과 인식 수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21일 발표된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달 25∼30일 진행됐다. 설문 조사 결과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자신을 돌봐줄 사람으로는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39%)이 가장 많이 꼽혔다. ‘배우자’(35%), ‘본인 스스로’(21%)가 뒤를 이었으며 ‘자녀’는 4%에 불과했다.
성별로 나눠 보면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은 4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중장년 세대 전반에서 고령이나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자신을 돌봐줄 사람으로 배우자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반면 여성은 70대 이상을 제외하고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신을 돌봐줄 사람에 대해 남녀 인식이 엇갈린 데에는 굳어진 성 역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40대 중반, 50대 이상은 전통적인 성 역할이나 가사 노동 분업에 익숙한 세대일 수 있다”며 “이런 세대에서는 여성이 노년에 도움을 받을 사람으로 남성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80.6년, 여자 86.4년으로 6년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 인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가정에서의 돌봄이 필요하다. 돌봄 학교 같은 형태의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40대 이상 국민 2명 중 1명 “자택 임종 희망”
선호하는 임종 장소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자택’(48%)을 선택했다. 하지만 실제 임종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로는 ‘종합병원’(29%)이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93%는 연명의료 중단을 원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 씨(57)는 “호스만 주렁주렁 달고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며 “살던 곳에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요즘은 임종기가 되면 병원에 입원하는 게 ‘정석’처럼 돼 집에서 임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돌봄이 필요할 경우 어디에서 거주하기를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라고 답했다. ‘돌봄 받기 좋은 지역사회 내 주거시설로 이주’(32%), ‘노인복지주택 등 사설 시설 입소’(7%), ‘자녀나 친지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주’(7%)가 뒤를 이었다. ‘요양원 시설’에 입소하겠다는 응답도 7%였다.
응답자의 64%는 노인·장애인 돌봄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거주 지역 내 노인 돌봄 서비스가 잘 제공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가장 지원이 필요한 서비스로는 ‘건강관리·의료’(61%)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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