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제652조(위험변경증가의 통지와 계약해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이라는 무형의 상품은 가입할 당시 피보험자의 과거 의료 진료 이력 및 현재 상태에 대해 보험회사에 사실대로 알릴 의무(상법 제651조 고지의무)가 있다. 이에 더해 피보험자는 보험 가입 이후에도 본인에게 사고 발생 위험이 현저히 증가되거나 감소된 사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험회사에 알려야 할 의무(상법 제652조 위험변경증가의 통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들은 ‘고지의무’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통지의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를 위반했을 경우의 결과는 법적으로 상당히 중요할 수 있다.
과거에는 통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판례도 이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2024년 대법원 판결은 기존 해석을 뒤집고 피보험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렸다.
다음의 두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례 1: 2007년 4월 19일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2004년부터 오토바이를 운전해 왔음에도 보험사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2014년 5월 3일 오토바이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
사례 2: 2008년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피보험자가, 2016년 7월 19일 보험에 가입하면서 직업을 사무직으로 기재. 이후 2021년 7월 4일 공사현장에서 실리콘 작업 후 추락사한 사건.
이 두 사례는 일반적으로 ‘고지의무 위반’ 또는 ‘통지의무 위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보험사들이 첫 번째 사건에서는 보험금 전액 부지급, 두 번째 사건에서는 직업급수 비례에 따라 3분의 1만을 지급했다. 그러나 2024년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보험금 100% 전액 지급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두 계약 모두 고지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보험계약일로부터 제척기간이 지나 보험사는 이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2. 상법 제652조상의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시점이 아니라 보험기간 중에 새롭게 위험이 변경되거나 증가한 경우에 발생하는데, 보험계약 이후 사고 발생까지의 경과 과정에서 통지의무 발생 요건에 해당하는 ‘새로운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즉, 이미 보험계약 당시 존재했던 위험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해서, 이를 보험기간 중 새롭게 변경된 위험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망인이나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해 계약 당시 보험사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이 지났다면, 이를 다시 통지의무 위반으로 해석해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보험계약에 있어 고지의무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통지의무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줄이는 관행을 이어왔으나, 2024년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는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보험 해지 거부 및 보험금 청구에 대한 법적 타당성이 생겼다 할 것이다.
보험가입 이후 통지의무 위반이라고,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났다고, 직업 급수가 위험으로 변경됐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보험금을 주지 않거나 감액해 준다면 꼭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권리를 찾아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김도무 손해사정사]
